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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일상을 담다.
♣... 2011년 스페인, 포르투칼

스페인 -그라나다/미하스/론다.

by 들국화/유채 2020. 9. 18.

6 13()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의 셋째 날 -그라나다/미하스/론다.

마지막코스인 알카사바(Alcazaba)로 들어갔다. 요새와 궁전이 같이 있는 알카사르(Alcazar)와는 달리, 알카사바는 요새로서의 기능만 했던 곳을 말한다. 이 알카사바는 알함브라 궁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상당히 높은 언덕 위에 세워졌음에도 성벽에 이중삼중으로 방어시설을 구축하였고, 전성기에는 24개의 망루(望樓)와 장교 및 병사들의 숙소를 갖춘 난공불락의 요새였다고 한다. 다리가 불편한 몇 사람을 남겨두고 제일 높은 벨라(Vela)탑 좁은 계단을 올라갔다. 망루 꼭대기에 있는 테라스에 오르니 일렬횡대로 꽂혀있는 유럽 기, 그라나다 기, 스페인 기, 안달루시아 기 등 4개의 깃발이 우리들의 방문을 환영하듯 힘차게 펄럭인다. 날씨도 좋고 사방으로 전망이 확 트여서 중세시대 건물이 가득 들어선 알바이신 언덕, 헤네랄리페 정원, 그라나다 시내 중심지가 각각 한눈에 쏘옥 들어온다. 어젯밤 늦도록 플라멩코를 관람했던 멀리 ALBAYZIN 플라멩코 2층 건물도 식별이 된다.

 

 

 

 

 

 

 

 

 

 

 

 

 

 

 

 

 

 

 

스페인 남쪽 미하스(Mijas)는 로마시대부터 있어온 오랜 역사의 도시로 푸른 지중해가 한 눈에 보이는 산 중턱에 자리잡았으며 하얀 집들이 이어지는 시가지는 하얀마을이라고 불린다. 연한 갈색의 기와지붕과 하얀 벽체의 조화가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버스에서 내려 바위를 뚫고 지은 특이한 비르헨 데 라 페냐성당에 들어가니 다양한 종류와 색깔의 꽃이 만발한 화분들이 허름한 제단 앞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고, 이 마을의 수호 성녀라는 긴 머리의 여성상이 모셔져 있다. 성당 앞에 전망대에서는 거리 모습과 아름다운 지중해를 바라볼 수 있다. 나귀택시도 이곳 명물이다.

 

 

 

 

 

 

마을 시장골목에 들어가 보니 울긋불긋한 원색의 자기그릇, 물놀이상품, 의류, 피혁제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우산처럼 위쪽에만 잎이 매달린 종려나무와 그 옆에 보라색 꽃송이들이 정말 아름다운 차카란타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어제 먹다 남겨둔 두툼한 체리 두 보따리가 펼쳐지니 역시나 순식간에 동이 나 버린다. 체리에 관한 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限界效用 遞減法則)이 도통 들어맞지를 않는다. 산 아래 해안가를 따라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네르하 시가지와 지중해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니 며칠 눌러앉고 싶기도 하지만 훌훌 털고 일어서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시에라 모네가 산맥의 남쪽 해발 1500m에서 2500m사이의 산악지역을 오르락내리락, 꼬불꼬불 곡예하며 버스가 달려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구간을 멀미나는 길이라고 말한단다. 계곡마다 능선마다 빽빽이 그리고 끝도 없이 소나무가 뒤덮고 있다. 그런데 이곳 소나무라는 것이 우리나라 남산위에 소나무 같이 솔잎들은 성기고 줄기는 비바람에 적당히 굽고 휘어지면서 하늘 향해 두 팔 벌린상태로 자라야 운치가 있을 텐데, 하나같이 잎은 무성한데다가 줄기는 수직으로 곧고, 가지들은 좌우로 나란히한 자세로 서있는 솜사탕 형태라서 품격이 떨어진다.

 

2시간을 숨차게 달린 버스는 풍경이 아름다운 험한 계곡 벼랑위의 산간마을 론다(Ronda)에 들어섰다. 산지를 흐르는 과달레빈 강이 타호(Tajo)'라 불리는 깊은 협곡을 만들었고 그 바위산 양쪽에 마을이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으로 갔다. 1785년에 건설하였는데 지금처럼 바닥에 서서 붉은 망토를 이용하여 싸우는 스타일이 처음 도입된 근대 투우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투우장 안에 투우 박물관이 있다고는 하나 정문 앞마당 투우 조각상 앞에서 단체사진만 찍고 두 마을을 연결하는 누에보 다리(Puente Nuevo)로 갔다. 이 다리는 1793년에 건설되었으며 과거에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다리 밑은 100m나 되는 낭떠러지이며, 난간 아래로 내려다보는 깊은 계곡의 웅장한 경관과 계곡이 끝나며 펼쳐지는 들판의 풍광이 감동적이다.

 

 

 

 

 

 

 

 

 

누에보 다리는 헤밍웨이 원작소설(For Whom the Bell Tolls)을 영화화 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배경인 세고비아 남동쪽 과다라마 산의 계곡을 대신한 촬영지이기도 하다.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한 이 영화는 19375월 마지막 주의 토요일에서 화요일에 이르는 약 70시간 동안에 일어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 몬테나 대학의 스페인어 강사로 1년간 휴가를 얻어 스페인 내전(1936~1939)에 참전한 로버트 조오단은 과다라마 산간을 흐르는 강에 놓인 철교의 폭파임무를 부여받는다. 파시스트 대공세와 때를 맞추어 그 지역 집시들의 지원을 받아 폭파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치지만, 말을 달리다 적의 포탄에 맞아 다리에 큰 부상을 입는다. 적군은 가까이 다가오는데 자신은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처지임을 깨닫고는 현지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그래서 조오단과 함께 남아있기를 원하는, 젊은 여성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니야, 토끼.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나 혼자 하는 일이야. 당신과 함께는 그 일을 잘 할 수가 없어. 당신이 가면 그럼 나도 역시 가는 거야. 어째서 그런지 모르겠어 ? 어느 쪽이든 하나가 있으면 둘이 다 있는 거야

그리고는 기관단총을 움켜잡으며 영화는 끝난다.

 

 

 

 

 

괴테 이후 독일의 최대 서정시인으로 이집트 여자 친구를 위해 장미꽃을 꺾다가 가시에 찔려 패혈증으로 죽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1875~1926)1911-12년 겨울에 이곳 마을에 몇 주를 머물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렸던 그의 번역시(飜譯詩)를 옮겨 본다.

 

가 을 날 (HERBSTTAG)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 HERR : es ist Zeit. Der Sommer war sehr groB. )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내리시고 들녘에는 바람이 일게 하소서.

 

마지막 열매들을 여물게 하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무르익게 하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이 넘치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못합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서

잠 못 이루며, 책을 읽거나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또한 나뭇잎 흩날리는 가로수 길을 하염없이 떠돌 것입니다.

우리들은 다시 2시간 30분을 달려 오후 10시가 되어서야 안달루시아 지방의 중심도시이고 플라멩코의 본고장이며 비제의 <카르멘>,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의 무대가 되었던 세비야에 진입하여 La Motilla Hotel에 도착하였다. 늦은 시간이지만 호텔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이정순 회원의 생일축하 파티를 가졌다. 총무와 인솔자가 초행길 론다에서 어렵사리 구입한 마쉬메로우 케이크를 자르고 와인으로 건배하며 수제(手製) 선물까지 받은 필자의 안식구는 복도 많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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