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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일상을 담다.
♣... 2011년 스페인, 포르투칼

스페인 - 그라나다/미하스/론다.

by 들국화/유채 2020. 9. 18.

6 13()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의 셋째 날 -그라나다/미하스/론다.

 

호텔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하여 사비카 언덕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으로 향했다.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에 남았던 최후의 이슬람교 왕국인 그라나다 왕국의 건국자 무하마드 1세가 13세기 전반에 짓기 시작하여 역대 왕들에게 계승되어 14세기에 완공한 정원형식의 건축물이다(, 카를로스 궁전만큼은 16세기에 건설하였음). 이 궁전은 왕의 거주지인 나사리 궁전, 원형 경기장이 있는 카를로스 5세 궁전, 군사요새인 알카사바, 그리고 왕들의 여름별장인 헤네랄리페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붉은 성이란 뜻의 알함브라 궁전은 성벽이 2km, 길이 740m로 변화가 많은 아치, 섬세한 기둥, 벽면 장식 등 모두가 정교하고 치밀하여 이슬람 미술의 정점(頂點)에 있다. 입구의 티켓판매소에 도착하니 현지 여성관광안내원이 헤드폰 달린 소형 무전기를 받아와 나누어 준다.

 

입구를 통과하니 바로 왕들의 여름 별궁인 헤네랄리페 구역이다. 회백색 줄기의 키가 큰 실버포플러(은사시나무) 가로수길이 나오고, 야외극장 옆으로는 별모양의 꽃들이 나무전체를 뒤덮은 재스민의 별이란 꽃나무들로 담장을 이루었는데 짙은 향기가 코를 찌른다. 정원으로 들어가니 뾰족탑 같은 사이프러스(cypress : 삼나무)나무와 단정하게 이발시켜 놓은 회양목으로 아름답고 멋지게 조경을 해 놓았다. 정원 안쪽에 아세키아(Acequia) 중정으로 가면 50m 정도의 세로형 정원 중앙에 기다란 수로를 설치하고 좌우의 많은 분수를 두어 끊임없이 물이 솟아 나온다. 각국 대사를 맞이하던 대사의 방과 사생활 공간을 지나 사이프러스 정원(Court of Cypress)에 가면 600년을 죽어있는 삼나무가 있다. 왕비와 환관의 짝사랑이야기를 알리지 않았다 하여 괘씸죄로 왕이 죽여 버렸단다. 여행출발에 앞서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몇 차례 들어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멜로디를 기억해본다. 이 곡은 스페인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arrega, 1852~1909)가 제자인 콘차 부인을 사랑하였으나 콘차 부인이 자기를 거부함에 상심에 빠져 스페인 곳곳을 여행하다가 이곳 알함브라 궁전을 구경한 후 깊은 감명을 받고, 떠나간 애인을 생각하며 헤네랄리페 정원에서 썼다는 애절한 선율의 기타 연주곡이다

 

 

 

 

 

귀족들의 저택이 있었던 메디나에 가니 조경이 잘되고 경치가 매우 아름다워 쌍쌍이 사진들을 찍고 카를로스 5세 궁전으로 이동했다. 카를로스 5세가 1526년에 이곳으로 신혼여행 온 것을 기념하고자 이슬람 양식의 옛 건물을 헐고 기존의 건물들과 다른 르네상스식 가톨릭 궁전을 지었다고 한다. 밖에서 보면 정사각형의 견고한 건물인데 안으로 들어서면 원형의 특이한 구조이다. 원래는 내부에 투우장을 만들고 돔을 올리려 하였으나 완성을 보지 못했다. 2층 구조의 회랑(回廊)이 있는데 1층의 기둥은 도리아식이고 2층은 이오니아식이다. 1층에는 스페인 이슬람 미술관 이고 2층에는 알함브라의 공예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있다. 1492년 스페인(당시 아라곤과 카스티야 연합왕국)은 이베리아반도 남부에 있던 이슬람세력 그라나다왕국을 내쫓고 처음으로 통일을 이루었다. 카를로스 5세는 1516년에 본래 외가(外家)가 지배하던 스페인 왕위를 물려받아 카를로스 1세가 되었고, 1519년에는 친가(親家)인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王家)로부터 신성로마제국 황제자리를 물려받아 카를로스 5세가 되었다.

 

 

 

 

티켓의 바코드를 인식기에 비친 다음 포도주의 문(Puerta del Vino)을 통과해서 나사리 궁전으로 들어갔다. 14세기 중·후반 유수프 1세와 무하마드 5세 부자 통치시대에 건설되었으며 이슬람 문화의 정수(精髓)라고 불릴 만큼 멋진 건축물이다. 나사리 궁전을 관람하려면 왕을 알현하기 위해 기다리던 대기실을 거쳐야 한다. 왕의 집무실인 메수아르 방의 형형색색의 타일로 장식된 벽면에는 섬세한 아라베스크 문양이 새겨져 어지러울 정도이다. 이곳을 지나면 오렌지 정원과 황금의 정원을 지나게 되는데 황금의 정원은 본래 오렌지 정원이었으나 지면이 가라앉아 오렌지 나무를 뽑고 대리석을 깔았다. 황금의 방(Golden Room)은 석양빛에 벽토가 황금색으로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다음에 거치는 곳이 유명한 아라야네스 중정(Patio de los Arrayanes)이다. 여기에는 명경지수(明鏡止水)같은 물을 이용해 공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연못이 있고, 그 연못 좌우에는 천국의 꽃을 나타내는 아라야네스(회양목)가 각이 반듯하고 엣지(edge)있게 깎여져 있다. 이 연못에 코마레스 탑(Torre de Comares)과 그것을 받쳐주는 7개의 아치형 기둥, 그리고 좌우 녹색 회양목의 그림자들이 거꾸로 비쳐 위·아래로 대칭을 이루는 광경이 너무 아름다워 모두들 한동안 넋 놓고 바라보다가 사진기에 담아두었다.

 

 

 

 

 

 

 

나사리 궁전 관광의 백미(白眉)는 아무래도 사자의 중정(中庭)이라 하겠다. 이 중정은 후궁들이 머무르던 곳으로 왕 이외에는 금남구역(禁男區域)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중정이란 건물 밖이 아닌 건물 안에 있는 정원을 말한다. 정원 한 가운데는 사자 12마리가 떠받치고 있는 분수대가 있으나 현재 내부 공사 중이므로 안타깝게도 정원 안을 들어가 볼 수 없었다. 이 정원을 사이에 두고 두 자매(희빈)의 방, 대사의 방, 아벤세라헤스의 방이 있다. 두 자매의 방 천장은 톨레도에서도 비슷한 문양이 있었던 것처럼 무수한 종유석 모양을 한 거미집 형상의 화려한 모카라베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다. 가이드의 해설에 의하면 과거 이슬람왕국의 절대세력이었던 아벤세라헤스 가문(家門)의 한 젊은이가 왕비와 사랑에 빠졌는데 목욕탕을 통해 두 자매 방으로 들려나오는 말소리를 엿들은 희빈 자매들이 왕에게 고하자 왕이 연회를 핑계로 초대한 아벤세라헤스 집안사람들을 모두 죽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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