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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일상을 담다.
♣... 2013년 터키여행

터키 - 에페스, 트로이

by 들국화/유채 2020. 9. 4.

1019() 여행 6일차 - 에페스/트로이

12시 정각에 출발한다. E-87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반 가량 달려 에게해 연안에서 가장 크고 터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이즈미르(Izmir)에서 잠시 정차한다. 가을하늘이 구름한 점 없이 맑고 푸르다. 온도계시기는 22도를 나타낸다. 왼쪽으로 에게 해 푸른 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위에 크고 작은 섬들은 1924년 로잔느 조약에 따라 모두 그리스 영토에 귀속되어 있단다. 아이발르크(Ayvalik)를 지나며 마이크를 잡은 이기섭 인솔자의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단편적인 강의가 있은 다음, 2004년에 제작된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트로이>에 대한 비디오 감상에 들어갔다. 다음 행선지가 트로이이기에 유적지 방문에 앞선 예습이다. 오래 전에 관람한 영화라서 나는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꽤나 많은데, 내 바로 등 뒤 좌석에 앉은 윤수는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고 있다. 일단 버스에 타면 먹고 마실 때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좌석팔걸이를 올리고 길게 누워 편히 잠들던 그가 오늘 이 시간만큼은 정신이 말똥말똥하고 두 눈은 초롱초롱하다.

 

 

 

 

 

 

 

 

 

트로이(Troy)는 그리스의 장님시인 호머의 대서사시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일리아드>에는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네 등의 다양한 의 이야기와 아킬레스, 헥토르 등의 영웅을 등장시키면서 트로이 전쟁을 화려한 신화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이 전쟁과 그리스에서 일어난 미케네 문명과 아나톨리아에서 일어난 트로아스 문명의 충돌사건이고, 결국 미케네 문명이 승리하면서 아나톨리아에 그리스 문화가 보급되는 계기가 된다. 이때 아나톨리아에 퍼지게 된 그리스 문명을 헬레니즘 문화라고 하는데, 헬레니즘이라는 말의 어원은 바로 <일리아드> 작품 속 트로이 전쟁의 도화선(導火線)인 절세 미녀 헬레나에서 나온 것임을 인용해 둔다. 나는 <일리아드 오디세이> 번역소설을 45년 전에 읽고, 중국소설 <삼국지>와 비교평가하며 독후감을 써냈던 기억만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요즈음 기업체에서 많이 쓰이는 멘토(mentor: 조언자/스승)는 오디세이(Odyssey)의 주인공이고 이타카 왕국의 오디세우스(Odysseus)왕이 뜻하지 않게 트로이 전쟁에 출전하게 되자 친구이자 신하인 멘토에게 자신의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부탁했고 이에 멘토는 10년 넘게 교육을 시키며 친구이자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 역할까지 도맡아 한 데서 유래한다.

 

 

 

 

점심식사 후 꼬박 5시간 이동하여 마침내 트로이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 총 8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냈으나 표정들이 밝고 보행자세들도 꼿꼿하다. 팀원 모두가 이제는 장거리 버스이동에 내성(耐性)이 붙고 이력이 난 게다. 유적지 입구로 들어가니 제일 먼저 대리석판 광장 중앙에 트로이 목마가 눈에 들어온다. 높이 30m의 이 모형은 호머의 작품에서 묘사된 크기와 모양을 참조해 1975년 터키 조각가가 제작한 것으로 목마 안에는 30-40명이 들어갈 수 있다. 나무계단을 타고 2층과 3층으로 올라가 작은 내부창문을 통해 얼굴을 내밀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현재까지 발견된 유적은 모두 9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층마다 시대를 달리해서 세워진 도시를 이룬다. 가장 오래된 제1층은 기원전 3000-2500년경의 유적지이고 제6층이 기원전 1,700-1,250년의 시기로 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곳이다. 9층은 헬레니즘 및 로마시대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트로이는 한 자리에서 3300년간 각각 다른 9개 왕조가 세워졌다 사라진 셈이다.

 

 

 

 

 

유적지 내부는 꽤 복잡하여 원형도로를 따라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불레우테리온(Bouleuterion:의회 회의장)으로 들어가 남문(South Gate)을 지나 시계방향으로 돌면 과거 음악회가 열리던 로마식 오데온(Odeon: 극장)과 만나는데 관람석계단 앞 공터에는 파손된 건축물 조각들이 뒹굴고 있다. 트로이6기 궁정단지(Palace House)의 벽면이 자리한 곳을 지나 한참을 걸어가니 슐리만의 시범해자(垓字:도랑)가 나타난다. 이것이 도시의 각 부분을 곧게 가로지르는데, 해자 측면에는 총9개에 달하는 도시지층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슐리만(Heinrich Schliemann, 1822-90)은 독일인 사업가로 1871년 오스만 정부의 승인을 얻어 최초로 트로이 발굴 작업을 했던 사람이다. 트로이2기와 3기 성벽, 트로이1기의 상류층 주택지 유적지를 지나, 마지막으로 트로이9기 아테네 신전(Athena Tempel) 유적까지 둘러보고 고대도시 트로이의 유적지 관람일정을 모두 끝맺는다. 목재 데크로 된 통로를 따라 나오며 멀리 펼쳐진 황색의 평원과 그 뒤편의 푸른 에게해를 바라본다. 어느덧 버스는 가자 울고 날은 저문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는 해가 서산마루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해안을 따라 북으로 40분을 달려 다르다넬스 해협의 대형 항구도시 차낙칼레(Canakkaale)에 도착하여 콜린(Kolin)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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