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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일상을 담다.
♣... 2013년 터키여행

터키 - 에페스,트로이

by 들국화/유채 2020. 9. 4.

1019() 여행 6일차 - 에페스/트로이

 

오전 630분 출발이다. 하늘에 둥근 달이 환하게 빛나고 우리는 포장 주문한 대형 햄버거, 딸기주스, 사과로 버스아침식사를 한다. 7시가 지나면서 달리는 버스 뒤편에서는 여명이 밝아오고, 서편에 달은 서서히 빛을 잃어가며 앞산 너머로 사라져 간다. Sun rise, Moon set. 출국 1주일 전(107)에 동네 문화관 하모니카 중급반에서 등록 1주년 기념으로 하모니카 2(AmC#)를 가지고 불었던 곡명이 'Sunrise Sunset' 이다. 여행용 가방을 싸면서 부인은 하모니카 한 세트(3)와 하모니카 교본을 갖고 가라고 강요하고, 나는 짐이 무겁다고 거절하면서 부부싸움 제1라운드를 이미 벌인 바 있다. 달리는 도로 우측으로 나란히 협궤철도가 놓여있다. 시골 마을이 나타나고 광활한 산야(山野)에 올리브, 오렌지, 석류, 무화과 등 과일나무들이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출(日出)을 중요시 한다. 그러나 터키인을 포함하여 서양인들은 일몰(日沒)을 중요시 한다고 한다. 옛부터 해가 넘어가는 곳에 영혼의 세계가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터키 최고 장수(長壽)마을인 <아이든>을 지나 <에페스>로 가는 도중 Naturel 이라는 간판이 서있는 양피의류판매회사에 들렀다. 책임자로 보이는 키 큰 중년 미남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곳은 중앙에 T자형 스테이지가 놓여 있고 조명이 화려한 패션쇼장(Fashion Showhouse)이었다. 훤칠한 미남미녀 패션모델들의 경쾌한 오프닝 의상 쇼가 있은 후 김윤수, 손경, 이정순 즉석모델 3인들과 현지모델 3인과의 쌍쌍 의상 쇼가 이어졌다. 윤수는 4년 전 배재8360 뉴질랜드환갑여행 당시 <크라이스트 처치>의 어느 양모의류면세점에서 즉석모델로 발탁된데 이어 두 번째이다. 매장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고급 제품들이 무진장 진열되어 있다. 회원들은 터키여행 며칠 동안 터득한 흥정기술로 적정한 가격에 적당히 매상을 올려주고 나왔다.

 

 

에페스는 지중해의 에게해 연안에 위치한 터키 최대의 고대도시이다. 터키어로는 에페스이나, 영어로는 에페수스(Ephesus), 공동번역 성서에서는 에페소(Epheso)라 부른다. 동부지방에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유적이 가장 잘 보존된 도시로서 거의 150년간에 걸친 발굴 작업에도 현재 옛 도시 전체의 18% 정도만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에페스에 도착한 우리는 높은 지역에 있는 남쪽 문(Magnesia Gate)을 통해 들어간다. 우측에 1세기에 만든 바리우스(Varius) 목욕탕이 있다 로마시대 목욕탕은 지인들과 어울려 함께 때를 벗겨내고 마사지도 받는 사교(社交)의 장()이기도 했다. 좌측에 위쪽 아고라(Upper Agora)는 정치활동이 열렸던 곳으로 현재는 폐허가 되어 옛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발굴하면서 모아놓은 돌과 수도관들이 쌓여있다. 아고라가 끝나는 곳에서 헤라클레스의 문을 들어서면 쿠레테스의 거리가 시작된다. 쿠레테스 거리(Curetes Way)는 넓은 도로가 온통 대리석으로 깔려 있고, 도로변을 따라 좌우로 원통형 기둥이 일직선으로 줄지어 서 있다. 길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에 오데온(Odeon)이라 불려진 5000석 규모의 소극장이 보인다. 시정(市政) 논의를 위한 집회 장소이자 공연이나 강연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폐허만 남은 시청(Prytaneum)과 도시보물창고 유적에는 도리아식 석주 2개가 남아있다. 당시 이곳에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거대한 아르테미스 여신상이 있었다고 한다. 거리 중간쯤에 이르면 언덕을 등지고 트라이아누스의 샘(Trajan's Fountain)유적이 있다. 2세기 초 이곳을 방문했던 로마의 트라이아누스 황제를 기리기 위해 건립된 것으로, 원래는 9.5m 높이의 2층으로 된 거대한 건축물이었다는데 지금은 훼손되어 예전 모습은 볼 수 없다. 이 샘은 황제의 석상 발끝에서 물이 흐르는 구조였다고 한다.

 

 

 

 

 

 

 

 

 

 

 

 

 

규모가 큰 테라스주택단지 앞을 지나니 하드리아누스 신전(Temple of Hadrian)이 나온다. 이 신전은 구석구석이 일정한 양식의 문양으로 치장되어 있다. 신전 내부 첫 번째 아치에는 행운의 여신 티케(Tyche)의 조각상이 있고 두 번째 아치에는 뱀 머리칼을 휘날리며 서 있는 메두사의 석상이 있다. 이곳을 지나니 에페스 유적들 중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켈수스 도서관 (Library of Celsus)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세기 초 소아시아의 총독이었던 켈수스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아들 티베리우스가 건립했다고 한다. 건물 앞문은 코린트식 기둥들이 서 있고 그 사이사이에 소피아(Sophia: 지혜), 아르테(Arte: 덕성), 에노이아(Enoia: 학문), 에피스테메(Episteme: 지식) 등 네 가지 미덕(美德)을 상징하는 여인들의 석상들이 서 있다. 건물 정문 앞 계단과 광장에는 에페스의 명소를 보다 가까이서 보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 도서관은 약 12천권의 두루마리 문서를 보관할 수 있는 규모였다고 한다.

 

 

 

 

 

 

우리는 아래쪽 아고라(Lower Agora) 옆을 지나 아르카디안 거리 끝에 있는 대극장(Great Theater)으로 갔다. 기존의 건물은 비잔틴 시대(기원전 3세기-1세기)에 지어졌다. 로마시대에 이르러 81년에서 117년 사이에 확장 개축되어 약 25천명을 수용할 만큼 거대한 부채꼴 형태의 극장이 되었다. 원래 이곳은 연극과 문화예술을 위한 극장이었으나 로마시대 말기에는 검투사들의 경기장으로도 사용되었다. 아래 중앙부분 무대에서 내는 목소리가 수십 미터 떨어진 계단 상단 관람석까지도 잘 들리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한다. 상층부 관람석에 먼저 올라온 우리들은 뒤에 처져 올라오는 윤수를 아래층 계단으로 내려가 서게 하고 노래 한곡을 청했다. 쾌히 승낙한 윤수는 무대 쪽을 향해 돌아서서 세계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아일랜드의 민요 ‘You Rase Me Up'을 우렁차게 부르기 시작한다. 무대를 향해 좌측 관람석에 모여앉아 있는 몇 그룹의 단체여행객들과 멀리 떨어진 무대광장 위에 있는 관광객들이 일시에 동작 그만상태로 전환되며 윤수를 바라보고 경청한다. 대한민국 배재학당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터키의 고대도시 에페스의 대극장을 방문하여 한류문화(韓流文化)의 맛보기공연을 선사한 것이다. 곡이 끝나자 대극장 안에 청중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준다.

 

 

 

 

에페스를 떠난 버스가 잠시 후 구불구불한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초록 빛 올리브나무가 가파른 산등성이와 산허리를 온통 뒤덮고 있다. 차창 밖 풍경에 정신 파는 사이에 언덕 경사면에 새하얀 집들이 늘어선 작은 산간마을에 도착했다. 1924년 터키와 그리스의 인구교환 당시 그리스인들이 떠나고 그리스 살로니카에서 터키인들이 이주해 와서 살게 되었다는 터키 속의 그리스, 슈린제 (Sirince)마을이다. 미술박물관(Museum)으로 보이는 고풍스런 건물에 딸린 레스토랑으로 갔다. 사방이 탁 트인 야외식탁에 앉아 양갈비구이 피르졸라(pirzola)를 주문한다. 윤수와 근수가 이 마을의 특산품인 와인 3병을 주문하여 일행이 다 함께 잔을 들고 건배를 했다. 산비탈 나무숲에 파묻힌 갈색 지붕과 새하얀 외벽의 아담한 집들이 매우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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