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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일상을 담다.
♣... 2013년 터키여행

터키 - 안탈리아 ,파묵칼레

by 들국화/유채 2020. 9. 3.

2013년 1018() 여행 5일차 -안탈리아/파묵칼레

 

마리나항구는 2세기부터 안탈리아를 기점으로 지중해를 오가던 배들이 쉬어가던 곳이다. 지금은 근처에 새로운 항구가 생겨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바다를 왼편에 항구로 내려간다. 길게 뻗어나간 선착장 양편과 해안가에 선수(船首)부분을 대고 정박한 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해안을 따라 도는 길 우측으로 성벽이 둘러져 있고 성벽 위에는 집들이 얹혀 있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보트투어를 하는 관광객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갑판위에 후크선장 인형이 서있는가 하면, 일본 사무라이 모형이 서있는 보트도 있다. 항구 반대편 끝에 오르막길 양편으로 늘어선 찻집, 음식점, 상점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대장견 이하 다른 개들은 항구내에서 흩어졌고 검정개 한 마리만이 우리가 함께 출발했던 <아타튀르크 기마상>으로 되돌아왔다. 2시간에 걸친 동행이었다. 줄만한 간식이 없어 미안한 마음으로 헤어진다. ‘고맙다. 너를 잊지 않으마!’

 

10시에 다음 행선지 파묵칼레를 향해 출발한다.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에 햇볕도 따사롭다. 중도에 현지(現地)식 점심식사를 하였다. 파묵칼레 못미처 <데니즐리>라는 직물로 유명한 도시가 있다. ‘해안가라는 의미인데 아나톨리아 서부의 내륙에 위치하면서도 그런 이름을 사용한 것은 옛사람들이 해안을 동경해서란다. 현지인솔자가 안내한 아울렛에 들어갔다. 의류와 직물침구류, 구두 등을 판매한다. 입장 시 10% 할인 쿠폰을 한 장씩 배포하지만 흥정을 잘 하면 정가의 50-60% 선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아울렛을 나오면서 기념품가게에서 냄비받침 80개를 주문하니 신문지로 낱개 포장을 하는 주인아저씨의 손놀림이 바쁘다. 터키 남성들도 국방의 의무가 있다. 의무복무기간은 15개월이나 대학생활 만2년이 경과하면 복무기간이 5개월로 대폭 단축된단다. 학업에 대한 부모나 자녀들의 관심도가 그만큼 낮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오늘도 5시간 장거리 여행 끝에 파묵칼레(Pamukkale)에 도착했다. 파묵칼레의 주요 볼거리는 새하얀 석회붕과 히에라폴리스 유적이다. 석회붕은 수많은 세월 동안 상부에서 흘러내린 온천수의 석회성분이 결정체가 되어 만들어진 자연의 작품이다. 하얀 목화로 덮어 놓은 것 같아 목화의 성(cotton castle)'이라고도 불린다. 한편 히에라폴리스는 BC 190년경 페르가뭄(Pergamum)의 국왕 <에우메네스 2>가 세운 <신전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고대 유적지이다. 로마제국의 고위관료들을 위한 여름휴양지였으며 계속되는 지진으로 재난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1334년 거대한 지진이 도시를 덮친 후 완전히 폐허가 되고 말았다. 두 곳 모두 새하얗게 침식된 언덕 꼭대기의 거대한 단지에 자리하고 있다.

 

 

티켓 한 장으로 석회붕과 히에라폴리스를 모두 둘러볼 수 있으나, 오후 3시 입장으로 히에라폴리스 관람은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남쪽 문으로 진입하니 오른편에 히에라폴리스 유적의 잔재(殘在)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개발 또는 복원 중인 지역이 많이 보인다. 지금까지 옛 히에라폴리스의 개발면적은 13%에 지나지 않는단다. 반듯한 석재 신작로 좌우 넓은 공지 곳곳에 야자수들이 서 있다. 좌측 아래쪽에는 파묵칼레 관광의 하이라이트라는 석회붕이 신비한 백색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강원도 산비탈의 두렁길이 있는 계단식 전답처럼 새하얀 석회붕이 층층이 아래로 내려 뻗어 있고 맨 아래에는 흘러내린 물이 모여 코발트블루 색의 호수를 이루고 있다.

 

 

석회붕 상부 언덕에 도달하니 풀밭에 데니즐리를 상징하는 수탉(Rooster) 1마리가 철재닭장에 갇혀 있고, 닭장 밖 풀밭에는 검은 암탉 서너 마리가 자유롭게 먹이를 쪼아 먹는다. 닭의 수명은 20년이라는데 2개월을 못살고 몸 보시(布施)하는 병아리가 얼마나 많노! 목재데크 한쪽에 신발들을 벗어 모아놓고 바지자락을 무릎까지 걷어 올린 채 맨 위층 테라스로 내려선다. 과거 개발초기에 산 정상부분을 무분별하게 파헤쳐 현재는 방류량이 엄청 줄었단다. 앉아서 따끈한 온천수에 족욕(足浴)할만한 빈자리를 찾아보건만 이미 만원이다. 조심조심 물길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수온이 급격히 낮아진다. 우리들은 주변의 경이로운 광경을 감상하고, 포즈를 취하고 사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관람마감시각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밖으로 나와 신발을 신고 소지품을 챙긴다. 1세기경에 길이80m, 높이5.5m 크기로 지어졌다고 추정되는 체육관건물(Gymnasium) 잔해가 있는 곳을 돌아보고 히에라폴리스 고고학 박물관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 맞은편에 지진과 전쟁으로 형체가 없어진 중세성(中世城: Medieval Castle) 돌무더기에서 자유롭게 기념사진을 찍었다. 히에라폴리스에서 그나마 원형 대부분이 그대로 남아있는 유일한 유적지인 원형극장(Roman Theatre)이 근거리에 있지만 우리는 남쪽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야 했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고 바람도 살짝 부는 을씨년스러운 날씨다.

 

팜 테르말 호텔(Pam Thermal Hotel)에는 여행자들로 초만원이다. 실내 및 야외온천 시설이 있는 호텔 본관 뒤편의 별관에 방배정을 받았다. 땅거미가 질 무렵 실내온천장에 들렀다가 파묵칼레의 석회붕 모양을 본 따 만든 야외온천으로 올라갔다. 중앙 상부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힘차게 뿜어져 나온 뜨거운 온천물이 계단식에 방사형(放射形) 으로 뻗어 내린 석회붕형 욕조들을 차례로 채우고 넘치며 아래로 흘러내린다. 수심은 깊지 않으나 욕조 바닥에는 머드(mud)가 깔려있다. 우리는 몸을 더운 물에 푹 담그고 누적된 피로를 풀었다. 온천수가 지상으로 낙하되면서 석회질이 종유석으로 자란 것처럼 위장하여 건물 처마 밑 전체가 야간 조명 빛에 마치 세로로 주름 잡힌 붉은 커튼처럼 보인다.

뷔페식 저녁식사 후 <술 세미나>가 있다 하여 로비에 집합하니 현지인솔자가 멀리 떨어진 마을의 어느 주점으로 안내한다. (hall)은 외부가 보이는 유리문이 많고 요리장소가 같이 있어 다소 산만한 분위기였다. 중앙에 식탁을 일렬로 붙이고 자리에 앉았다. 입구 벽 쪽으로 조그만 무대가 나와 있고 노래방기기 같으나 처음 보는 컴퓨터 음향기기가 서있다. 무대 위 의자에는 가수로 보이는 남성이 앉아 우리나라 가요를 멋들어지게 부른다. 우리보다 먼저 온 내국인 손님들이 있고, 또 다른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들어와 무대 가까운 쪽으로 자리 잡는다. 양갈비 숯불구이를 주문하고 라크와 에페스(Efes)맥주를 시킨다. 라크(raki)는 터키를 대표하는 전통주이다. 신선한 포도를 으깨어 물과 섞어 쪄낸 후 아니스(anise)라는 독특한 향이 나는 열매를 넣고 증류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물을 이용해 알코올 농도를 45%정도로 조절하고 두 달 정도 숙성시켜 만든다. 라크에 물을 추가하자 하얗게 변하였다. 터키인들이 라크를 <사자의 우유>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수가 무대로 나가 탐 존스를 시원스럽게 부르고는 앙코르 박수에 를 한 곡 더 부른다. 나이가 들어도 과거의 명성 그대로 최고의 가객(歌客)이다. 나도 무대 앞으로 나가 신청곡을 입력 했지만 멜로디는 나오는데 화면에는 가사가 나오지 않아 시작하자마자 반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옆자리 한국 손님들도 동참하기 시작했고 강영희/이정순 두 회원이 <목로주점>을 합창하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댄스 음악이 나오면서 술집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중년의 터키인 부부가 나와 부드럽고 우아하게 때론 신나게 춤을 춘다. 종종 손목을 재빨리 재끼며 스냅을 주는 부인의 춤동작이 인상적이다. 우리 팀 병호와 에어로빅을 20년간 해 오신 강영희 여사의 춤솜씨는 이웃 한국인 젊은 팀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술() 세미나(sul seminar)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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