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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일상을 담다.
♣ ... 2009년 뉴질랜드 남, 북섬 여행

뉴질랜드 북섬 - 로토루아(Rotorua)

by 들국화/유채 2020. 10. 2.

2. 북섬 체류기

2009년 11월 25일 - 여행5일차 (1편)

 

오클랜드(Auckland)는 뉴질랜드 최대의 항구이며 원래이름은 타마카 마카우 라우(Tamaca Makau Rau)로서 수많은 연인들의 도시(City of one hundred lovers)"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1840- 1865년까지는 뉴질랜드 수도였다가 이후 웰링턴으로 수도를 옮겼다. 우리가 공항에 도착하니 북섬 가이드 이창운씨가 피켓을 들고 나와 우리를 맞이한다. 대기중인 전용버스에 짐을 싣고 전원 승차하자 가이드는 자기소개에 앞서 키아오라(Kiaora)하고 외친다. 이는 마오리어로 영어의 Hellow 즉 안녕하십니까 라는 뜻이다. 그가 북섬에서의 여행일정과 오클랜드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동안 버스는 파넬(Parnell)에 있는 한국식당 뉴코아인근에 도착하였다. 바닷가라 그런지 밤바람이 매우 차다. 기갈(飢渴)이 감식(甘食)이고 시장이 반찬이라서 일까? 점심 먹은 지 10시간이 지나 먹게 된 된장찌개 백반에 장어구이, LA갈비찜은 뉴질랜드에 입국하여 먹은 네 번의 한식 중 최고의 맛이었다. 와이테마타항(Waitemata Harbour))을 가로지르며 오클랜드 시내와 북부지역을 이어주는 하버 브릿지(Harbour Bridge)를 통과하여 북항 타카푸나 비치의 스펜서(Spencer) 호텔에 도착, 체크 인을 했을 때는 이미 밤11시가 넘었다.

 

다음날 아침 호텔뷔페식으로 간단히 하고 짐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뉴질랜드 전체인구 430만 명의 3분의 1에 가까운 130만 명이나 거주하는 오클랜드에서 남과 북을 잇는 다리는 하버브릿지가 유일하다. 그래서 출근시간에 시내인 남쪽으로 이동하는 차량들의 하버브릿지 위 교통체증은 서울 도심지의 그것을 방불케 한다. 다리를 건너며 해변에는 갖가지 형태의 화려하고 크고 작은 요트들이 빽빽이 정박해 있다. 시민 4명당 1명꼴로 요트를 소유하는 요트의 도시이기도 하다. 뉴질랜드는 6.25당시 유엔군을 파견한 16개국 중 하나로, 1951423-24일 가평전투에서 뉴질랜드 제16 포병대대의 지원하에 영연방군 제27여단이 중공군 118사단 1만여 명을 궤멸시킨 바 있는 우방국이다.

 

목적지인 와이토모 동굴은 오클랜드 남쪽 200km 거리에 있어 쉬지않고 달려도 2시간30분이 소요된다. 1번 국도를 이용 해밀턴에 도착 후 다시 3번 국도를 타고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창밖에는 남섬에서 충분히 보았던 소와 양들 외에 볼만한 자연경관이 별로 없었다, 가이드의 뉴질랜드 역사를 비롯한 다방면에 걸친 강의가 주행 내내 계속된다. “영국시인 티 에스 엘리옷이 행복은 아름다움에 대한 감사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하며 꺼낸 17년 전 그가 처음 유학을 와서 힘든 시기에 만난 이웃 할아버지와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마이크를 잡은 그의 스피치는 도대체가 막힘이 없고 멈춤이 없다. 목사나 교수 타입에 달변이고 박식하다. 말투가 부드러우나 말소리의 높낮이가 별로 없어 듣는 이가 집중이 잘 안 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와이토모로 가는 도중 헌틀리(Huntley)라는 도시를 지나가니 마오리족의 묘지가 보인다. 마오리족들은 한 무덤에 조상들을 같이 묻는 풍습이 있다. 屍身을 세워 넣는 소위 立埋葬 묘지들도 보인다. 자원소방대가 도로변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공중화장실에 갈 겸 모두 하차하였을 때 안식구가 호텔에서 깎아 가져온 키위를 한 조각씩 나누어 먹었다. 가이드의 연설은 다시 이어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진 우리들은 하나 둘 편한 자세로 無念無想의 상태에 들어간다. 가이드는 키위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Bernard Show)에 의해 세계8不可思議의 하나로까지 불리어지기 시작했다는 와이토모 동굴(Waitomo Cave)의 비밀 지하세계에 대한 답사가 시작되었다. 와이토모는 마오리어로 구멍을 따라 흐르는 물을 의미한다. 3천만년 전 이 지역은 바다 밑에 위치하고 있었고 무수한 해양생물들의 잔해가 해저에 천천히 퇴적되어 석회암층을 형성하였다. 석회암층은 단층작용과 화산분출 등으로 해저로부터 밀려올라와 비틀리고 균열되었으며 그 틈사이로 물이 흐르게 되어 침식작용을 거쳐 현재의 동굴이 생성되었다. 물이 흘러 내려가는 약 15m 깊이의 동굴 안에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혹은 벽이나 암석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종유석과 석순 그리고 여러 가지 동굴 생성물들이 자라서 동굴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데, 종유석은 동굴 천장에서 아래쪽으로 달려있고, 석순은 동굴 바닥에서부터 자라 올라간다. 마오리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비밀로 하고 있던 이 동굴은 1887년 영국인 측량사 프레드 메이스 (Fred Mace)의 설득에 의해 추장 타네 티노라우 (Tane Tinorau)가 탐험을 감행하여 발견되었다. 이곳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대부분은 타네 티노라우 추장의 직계 후손들이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동굴 속을 조심조심 내려가니 약간 넓은 장소가 나오는 데 마치 성당 내부에 들어온 듯 천장과 벽에 특이한 형상체들이 가득차 있다.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린이 성가대 들이 합창을 한다는 설명에 우리는 윤수에게 노래 한곡을 청했다. 그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한 무릎 높은 벽 가까이에 올라서서 양손을 바지주머니에서 빼고는 목을 한번 가다듬더니 세상에 두렵거나 무서울 게 없고 근심 걱정도 없는 사내대장부의 기개로 멋지게 한곡을 뽑는다. 우리 일행뿐 아니라 타 외국인 관광객들도 숨죽이고 경건히 감상한다. “훌륭해!” x 21, “Excellent!” x 15. 세상을 이미 뜬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살아 돌아왔나? 우리는 아래로 좀 더 내려가 막다른 곳에 이르러 가이드가 가리키는 쪽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쪼그만 발광물체들이 보이고 구슬을 줄줄이 꿰어 놓은 실처럼 보이는 가느다란 줄들이 동굴 천장으로부터 10cm 내외로 늘어져 있었다. 이것이 바로 반디벌레 (Glowworm). 암컷이 작은 알들을 산란한지 약 20일 지나 부화되어 유충이 되면, 끈끈이 줄을 내려서 걸려드는 날벌레를 끌어올려 잡아먹는다. 9개월 후 번데기가 되어 13일가량 실에 매달려 지내다 모기형태의 성충이 되는데 이들은 입이 없어 며칠 후 굶어죽는데 유일한 기능은 암수가 교배하여 알을 낳아 번식하는 것이다. 샛길로 이동하여 정박된 무동력 보트에 오르니 큰 체구의 마오리 여성이 배위에 올라 동굴 천장에 매단 밧줄을 당겨가며 칠흑같이 캄캄하고 휘어진 좁다란 수로 위를 잘도 끌고 간다. 머리 위 천장을 올려다보니 은하수처럼 수없이 많은 반디벌레의 황홀한 광경이 펼쳐진다. 소리를 내서는 안 되고 사진촬영도 금해져 있다. 왜냐하면 소음이 나거나 빛이 비치면 그 순간 반디벌레의 발광이 멈추기 때문이다.

 

와이토모 탐사를 마치고 한적한 시골의 한국인 전원식당으로 이동하여, 바깥주인이 굽는 소고기 양고기 바비큐를 곁들여 점심식사를 하였다. 40대 후반 안주인의 얼굴 표정이 시무룩해 보인다. 남편이 신경을 좀 쓰셔야 될 것 같다. 자녀들은 만18세가 되면 독립해 나간다. 식당 밖 전망대로 나가니 팔자 편한 리트리버가 울타리 형 나무벤치위에 엎드려 꼬리를 흔든다. 뉴질랜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여권이 신장된 나라이다. 초창기 영국인들이 뉴질랜드에 이주하여 정착할 당시, 영국 본토의 여성들을 수만리 머나먼 미개지에 데려가기 위해서는 여성 우대책이 절대 필요했을 것이다. 단적인 예로 뉴질랜드가 1893년에 세계 최초로 여성참정권을 인정하였다. 농담이겠지만 한인 남성들 중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보이지 않게 여자, 어린이, , 남자 순으로 계급이 정해져 있다고. 그렇다면 인도 힌두교의 카스트와 유사한 신분制度가 아닌가? 우리 여성 일행들은 뉴질랜드에 이대로 눌러 앉아야겠다고 남편들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언덕아래 산촌마을을 배경으로 남녀별과 조별로 사진을 찍었다. 틈틈이 윤윤희씨와 규봉이가 주고받는 핑퐁식 언어유희(遊戱)는 우리들의 귀를 마냥 즐겁게 한다. 오늘도 優劣을 가리기 힘든 두 콤비의 무모지개그로 카메라 앞에만 서면 굳어지는 얼굴 표정들을 환하게 만들었다.

 

 

 

 

 

 

 

 

 

 

 

 

 

 

 

 

로토루아(Rotorua)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가이드는 우리들 세대가 즐겨 불러왔던 윤형주의 노래 <연가>의 유래와 그에 얽힌 사연을 알려주더니 마오리어로 먼저 부르고 이어서 다함께 우리말 가사로 합창을 하였다. ‘로토루아(Rotorua)' 는 마오리어로 끓는 물이라는 뜻이다. 인구 7만명의 작은 도시이나 약5천명의 마오리인들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마오리의 역사적 문화적 중심지로서, 온천과 간헐천, 머드 풀(mud pool)과 지열로 끓어오르고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며, 하루 평균 5만 명의 관광객이 북적대는 뉴질랜드 최대의 관광지이다.

발길을 돌려 간헐천 가는 길옆에 야자수처럼 길게 자란 고사리 나무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지열지대로 들어가니 부글부글 끓고 있는 진흙 웅덩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간헐천(geyser)에서 뜨거운 물과 증기가 최대 30m 높이로 뿜어져 나오는 광경은 정말 장관이다. Geyser를 압력천(壓力泉)으로 번역해야 맞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하에 흐르는 물이 화산열에 의한 온도상승으로 기화되며 엄청난 압력에 의해 밀려서 지면 위로 솟구쳐 나온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본다. 모두가 바위 의자에 궁둥이를 대고 앉으니 금세 찜질방 뜨거운 열기가 온 몸으로 번진다. 야행성 희귀새인 키위(Kiwi) 전시장에 들렀다. 뉴질랜드의 아이콘(상징물)으로서 지폐에 까지 인쇄 될 정도로 그들이 소중해하는 새이다. 어둠침침한 유리방 속에 뾰족하고 긴 부리에다 퇴화되어 날개와 꼬리가 없는 키위 한 쌍이 희미하게 보인다. 마치 고슴도치 같다. 자신의 임신전의 몸통크기만한 알을 낳기 때문에 産卵 때 암컷들이 많이 죽어서 현재는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궁여지책으로 산란시에 제왕절개수술을 해준다고 한다.

 

 

 

 

 

 

 

 

 

 

 

 

 

 

 

 

 

 

 

 

폴리네시안 온천장(Polynesian Spa)에 들렀다, 남녀 성인들만이 입장할 수 있으며 로토루아 호숫가에 지어져 전망이 좋은데다, 7개의 서로 다른 크기와 온도와 성분의 Pool을 갖춘 유황온천이다, 이 지역의 온천은 유황온천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농도의 유황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여러 가지 질병의 치료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우리들은 지하에서 직접 분출되는 라듐이 섞인 섭씨 39, 41, 423Priest Spa Pool을 옮겨 다니며 온천욕을 즐겼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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