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토) 여행의 첫째날 - 콘수에그라/톨레도
호텔 식당을 나온 우리가 버스에 올라 각자 선호하는 좌석에 앉자마자 운전기사석 옆의 소형 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500ml들이 미네랄워터 한 병씩이 돌려졌다. 스페인은 수질이 좋지 않아 배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매일 물을 사먹어야 한다. 한 병당 버스 내 가격은 1유로였는데 회원 전체에 대한 물 값을 안호석 회장이 전액 지불하였다. 그 후 여행 전 기간에 걸쳐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을 회장이 계산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감사한다. 운전기사 머리 위 전자게시기를 보니 07시 45분, 섭씨14도이다. 아침 태양이 파란 하늘로 머리를 쳐들어 햇살은 눈부시고 점차 두터워진다. 버스가 4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2시간을 달려가는 동안 가이드는 복잡한 스페인의 역사를 조리 있고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중도에 화장실을 이용하고자 어느 음식점 앞에 내리니 마당에 심어놓은 서너 그루의 삼나무 가지 속에 엄청난 개체수의 참새를 닮은 텃새들이 둥지를 만들어놓고 숨어 사는 색다른 광경이 보인다. 우리는 귀에 익은 이삭 알베니스의 피아노곡 코르도바(Cordoba), 내킹콜이 부른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Quizas, quizas, quizas :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이장희씨가 ‘그건 너’ 라는 곡명으로 개사 편곡한 모세다데스의 히트곡 에레스 뚜(Eres tu : You are) 등 스페인의 명곡들이 실린 CD음악을 조용히 감상하며 첫 번째 관광지인 콘수에그라(Consuegra)로 향했다.
일반적으로 콘수에그라 하면 풍차와 돈키호테를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세르반테스(1547-1616)의 소설 <돈키호테(Don Quijote de la Mancha)>에서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巨人) 브레아레오로 오해하고 말을 타고 돌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풍차가 가장 많은 지역이 콘수에그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소설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은 ‘캄포 데 크립타나’ 라는 조그만 시골 마을이다. 영국의 대문호(大文豪) 셰익스피어(1564-1616) 보다 18년 앞서 태어났지만 우연히도 같은 날 사망한 세르반테스는 정규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22세가 되던 1569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추기경의 수행원이 되어 5년간 이탈리아 각지를 여행하며 르네상스 문학에 심취한 것이 그의 지적(知的)·예술적 성장에 큰 영향을 주었다.
스페인의 시골 향사(鄕士) 아론소 기하노는 밤낮으로 기사도 이야기를 탐독한 나머지 정신이 이상해져 자기 스스로 중세기의 편력(遍歷)기사가 되어 세상의 부정과 비리를 도려내고 핍박받는 약자들을 돕고자 <돈키호테 데 라 만차>라고 자칭하고, 갑옷 차림에 ‘로시난테’라는 앙상한 말을 타고, 이웃의 우둔한 농부 산초 판사를 종자(從者)로 거느린 채 편력의 길에 오른다. 그는 가는 곳마다 비통한 실패와 패배를 맛보지만 고귀한 뜻은 조금도 꺾이지 않고 용기 있게 행동한다. 소설 <돈키호테>는 단순한 익살이나 풍자소설이 아닌 진정으로 인간을 그린 서구문학(西歐文學) 최초, 최고의 소설로 많은 문학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콘수에그라 마을에는 밀이 많이 나고 목축도 잘 돼서 치즈가 많이 생산된다. 언덕 위에는 아랍의 고성(古城)이 있고 능선을 따라 고성 위쪽에 7개의 풍차와 고성 아래쪽에 5개의 풍차가 서 있다. 언덕 꼭대기 못미처 차에서 내리니 향토적인 거름냄새가 코를 진동한다. 언덕아래 치즈공장이 있기 때문이란다. 풍차를 배경으로 인증 샷을 찍는다. 하얀 원통 모양의 건물에 검은 원뿔지붕이 있고 지붕에는 수직으로 바람개비 형태의 4개의 날개가 달려 있으며 지붕 반대편에는 날개 회전축의 끝에 연결된 긴 꼬리막대가 비스듬히 지면으로 내려와 한 쌍의 맷돌에 연결되어 있다. 이 풍차는 풍력을 기계적인 힘으로 바꾸어 밀을 빻도록 만들어진 장치이다. 멀리 평원에는 밀밭, 올리브 밭이 펼쳐 있고 원형투우장도 보인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 톨레도로 가기위해 400번 국도를 타고 북으로 약 1시간 20분을 달려야 했다. 푸른 하늘아래 넓은 평원위에 올리브 밭들과 키가 50cm도 안 되는 난장이 포도나무밭이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창밖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간간이 나타나는 빨간 꽃의 야생 양귀비나 키가 큰 엉겅퀴 군락지(群落地)도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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